작은 생각이 모여 나를 이루다
프로젝트 델타
3월호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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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인정할 때 부모님을 이해하게 된다
*아래의 글은 영화<레이드 버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름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태어나서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선택 이전에 우리가 태어나서 선택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 내가 태어난 집안, 나의 부모님 등 어쩌면 이름도 그를 대변하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일 수도 있겠다. 훗날 나이가 들고 자아가 생기면서 나의 이름을 바꾸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름이라는 것은 결국 부모님이 나에게 주는 것이다. 물론 부모님 이외의 다른 가족 구성원이나 심지어는 작명소와 같은 타인이 지어줄 수도 있지만 결국 그 이름의 최종 결정권자는 부모님이다. 우리의 이름은 내가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을 때 부모님의 선택해준 이름이다.
사춘기가 물 흐르듯 아무런 격동 없이 지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사춘기는 그런 시기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사춘기 이전에 대부분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산다. 어쩌면 그 삶은 대표하는 것이 우리의 이름일 수 있겠다. 내가 정하지 않은 부모님이 정해준 나의 삶 이름이란 그것을 대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주인공인 크리스틴 아니 레이디 버드 또한 나의 사춘기와 같은 생각인지 자신의 크리스틴이 아닌 레이디 버드라 불러 달라 한다. 이 모습을 보고 이 순간부터 레이디 버드는 우리 모두의 사춘기에 관한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나에게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환경과 그를 부끄러워했던 나. 또 그것에서 벗어나려 노력했고 벗어났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깨닫는 순간. 크리스틴의 부모님은 또 우리네들의 부모님은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선 선배인 그들도 부모의 역할은 처음이었기에 그것을 설명해주는 방법을 몰랐던 것뿐이 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설명해주는 방법을 안다 하여도 별다른 도리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 모든 것을 깨닫는데 중요한 건 결국 내가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비록 나라가 다르고 그 문화가 달랐지만, 이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이 너무나도 와닿았다. 마치 나의 사춘기 시절을 사춘기를 벗어나는 시절을 보는 것만 같아서 보는 내내 너무나도 몰입되었다. 레이디 버드와 엄마가 함께 프롬에 갈 옷을 고르는 장면은 미래의 더욱 어른이 되어 부양하여야 할 아이가 생긴 내가 되어 보아도 참 와닿을 것 같았다. 왜 우리는 사랑하는 것들을 좋아하지 못할까? 최고가 되길 바라서라지만 이미 그게 최고의 모습이면? 또 내가 사랑하는 게 최고가 아니면 어떤가. 이미 나는 그를 너무나 사랑하는 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가?
모든 장면이 명장면에 주옥같았지만 나에게 최고의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원하던 대로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게 된 크리스틴 그곳은 무언가 특별하리라 생각했지만 결국 특별하지 않았다. 크리스틴은 새로 만난 이에게 자신을 크리스틴이라고 소개한다. 이것은 어쩌면 사춘기의 세상에서 제일 특별했던 나를 내려놓은 것만 같았다. 나 또한 겪었던 그 순간. 그리고 그렇게 싫어하던 성당의 아침 미사를 보고 가족에게 전화를 건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고 늘 가까웠던 가족들은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전화에 이렇게 말한다.
“나야 크리스틴.”
이제 레이디 버드가 아닌 그녀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그녀를 감쌌던 환경들을 이해하게 된다. 더는 내 주변이 아닌 그 환경들을 이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UseyH
@books_useyh94
유튜브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영감을 얻고 싶거나 창의력이 돋보이는 소재를 찾는다고 한다면, 이 채널을 추천해 주고 싶다. 2x9HD 채널은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감독(배우)가 함께 운영하는 채널로, 둘이서 감독과 출연을 하는 엄청난 자급자족 채널이다. 전부는 아니고, 물론 다른 배우나 스텝이 있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음악 선정, 심지어 cg까지도 (거의) 둘이서 다 해낸다.
처음 이 채널을 보게 된 이유는, 영화 반도를 보고 남은 게 배우 구교환밖에 없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시작되었다. 원래 감독이라며? 하고 찾아보다가 유튜브에서 이 채널을 찾게 되었다. 사실 영상은 13개밖에 없지만, 그들의 상상력과 연출에 감탄하게 된다. 이 채널의 영상을 다 보고 나서, 영상과를 재입학할까 진지하게 생각까지 해볼 정도였다. 하지만 구교환 인터뷰를 통해 바로 포기했다. 음악 하나를 듣고도 영화 시나리오를 생각해서 만든다니 말이다....
예전에 업로드된 독립영화들도 특유의 노란 장판 감성이 느껴지는 게 재밌고, 최근 영상들은 Vlog라는 제목의 탈을 써서 제목 자체로도 풍자적인 느낌을 주며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제일 좋아하는 영상은 <로미오: 눈을 가진 죄>인데, 기괴하면서도 둘의 능력치를 1분 48초 안에 담아낸 것 같다. '네 자전거만 안 보여' '지금 7월이야' 어떻게 이런 대사를 쓸까. 너무 천재라서 질투도 안 날 정도다. BGM인 Vincent Augustus의 Inside도 영상과 잘 어우러진다.
또한 둘의 파트너십도 정말 좋은 것 같다. 연인 관계지만 동업자라니. 인터뷰를 통해 둘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방법을 봤는데, 가운데 노트북을 두고 아이디어를 서로 적으면서 공유한다고 한다. 상대방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지우고 다시 적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서로 이의 제기 없이 계속 시나리오를 작성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완전한 작품을 위해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이라는 점이 정말 멋진 관계인 것 같다. 어쨌든, 이옥섭 구교환은 최고라는 것이다.
S.Jane
나만 보고 싶지만 이미 3만 명이 알고 있는 2x9HD채널
콘텐츠 홍수의 시대.
*튜브, *플릭스를 비롯한 수많은 정보와 미디어가 넘쳐난다. 내 손안의 작은 세계, 휴대폰을 검색하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어 깜짝 놀란다. 돈보다 소중한 내 시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6년 전, 밤 10시면 `유영석의 FM 인기가요`를 듣거나 그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는 `이본의 볼륨의 높여요`를 즐겨 듣는 낭만 가득한 중2였다.
내가 살던 지역은 라디오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는 경기 북부 38선 근처의 시골이었고 라디오를 듣기 위해 이리저리 카세트의 위치를 옮기며 스테레오타입에 맞추기를 여러 번 반복하곤 했다.
라디오 사연에 소개되기 위해 우편엽서에 R.ef의 '찬란한 사랑'에 대한 글을 써서 보내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방송을 타지는 못했다.
라디오듣는여자

시대는 좋아져서 2021년에는 스마트폰 앱으로 라디오를 잡음 없이 듣기가 가능해졌다.
얼마나 놀라운 경험인지!
작년 이 맘때부터 SBS 고릴라 앱을 깔고 '허지웅 쇼'를 매일 다시 듣기로 듣고 있다. 오전 11시 생방송이라 회사에서는 들을 수 없어 매일 밤 잠들기 전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듣는다. 체력이 충분한 상태라면 운 좋게도 다 들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꿈나라로 Go-Go.
월요일에는 영화 이야기, 화요일에는 역사 이야기, 목요일에는 맛집 이야기, 금요일에는 음악 이야기.
집과 직장 외에 또 다른 나의 공간 라디오.
오늘 밤에도 아이들을 재우고 '허지웅 쇼'를 다시 들으며 글을 쓴다.
수박
@maehock82
올바른 삶을 사는 방법은 절대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심플해서 재미가 없어 보일 정도다. 나는 단순하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이라 믿는 사람 중 한 명으로, 크게 휘둘리지 말고 묵묵히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오직 그것에만 집중하는 단순한 몰입의 삶. 그런 삶을 그리는 내게 인생의 가이드가 되어 준 책 두 권을 소개하려 한다.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주 긴 호흡으로 이겨낼 수 있는 덤덤한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열정의 배신> 칼 뉴포트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세요', '열정이 따르는 일을 하세요'. 살면서 한 번씩은 들어본 말이다. 그런데 정말 이 말대로 가슴 뛰고, 열정이 샘솟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인생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까? 열정의 배신 저자 칼 뉴포트는 이러한 '열정론'에 반기를 들고 가슴 뛰는 일만으로는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누구나 원하는 매력적인 직업, 직장은 창의성을 발현하는 일, 영향력이 있는 일, 자율성이 있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일은 그렇지 못하다. 말 그대로 꿈같은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희소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 역시 희소하고 가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다른 사람이 쉽게 무시하지 못하는 '뛰어난 실력'을 갖추어야만 내가 원하는 환경의 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 여기까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이야기다. 열정의 배신은 그 단계를 넘어서 바로 그 '뛰어난 실력'을 갖추기까지의 여정을 상세하게 안내해주는 가이드를 자처한다.
때로 우리는 모든 조언을 받아들이기보다 그 조언이 내게 필요한 것인지 걸러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열정의 배신은 당신의 열정을 따라가라는 거대하고, 웅장한 포부가 담긴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지루하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자신의 목표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면, 열정의 배신은 그렇게 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을 조언해줄 것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칼 뉴포트
우리는 여가시간에도 뇌를 쓰고 있다. 쉰다는 이유로 유튜브나 SNS에 들어가 수많은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 어쨌거나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니 우리 스스로는 쉬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우리의 뇌도 그렇게 받아들일까? 사실 뇌는 쉬는 시간에도 우리가 보고 들은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처리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 디지털 세계에 들어가 쉬는 것이 익숙해진 탓에 우리는 분명 쉰 것 같기는 한데 에너지가 회복됨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더 피곤함을 느낀다. 이렇게 적절치 못한 쉼은 우리가 진정 에너지를 써야 할 곳에 집중하지 못하게끔 역습한다.
한참을 디지털 세계에서 놀다가 정신을 차리게 되는 순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느껴지고 괴롭기만 하다. 어찌어찌해서 자리에 다시 앉았는데도 일에 쉽게 몰입하지 못하고 중요한 뉴스나 친구로부터의 재밌는 연락을 놓칠까 봐 핸드폰을 수시로 힐끔거린다. 결국 참지 못하고 디지털 세계로 다시 발을 들이게 된다. 더는 새로운 무언가가 없는데도 괜히 이곳저곳 눌러보고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낀다. 여기까지 읽었는데 혹시 내 이야기에 해당된다면, 그리고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면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세상이 도래한 이후로 우리는 편리함이 주는 달콤함에 녹아버렸다. 어디까지나 세상을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 우리의 생활에서 디지털은 본래의 의도를 넘어서 중독의 영역까지 와버렸다.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쉼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여가 시간이 오히려 내 에너지를 좀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부디 이 책을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생산자가 될 것인가, 소비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 하게 되면서 우리의 시간이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함을 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유빈
@xluna_yux
우리의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델타의 두 번째 호에 참여해주신 네 분의 작가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프로젝트 델타 3월호
글쓴이 UseyH S.Jane 수박 유빈
편집자 유빈
프로젝트 델타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